
위의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일본의 국영연금체계는 크게 둘로 나뉨.
1. 국민연금
-> 일정 연령대의 모든 일본 국민이 가입
2. 후생연금
-> 풀타임(파트타임 제외) 직장근로자만 가입
(※ 아르바이트라도 풀타임 근무인 경우 납부)
그래서 1:1 대응은 어렵지만, 굳이 따지자면 일본의 국민연금은 한국의 기초노령연금과 비슷한 결(※)이라고 보면 되고, 일본의 후생연금이 한국의 국민연금과 더 비슷한 결임.
(※ 한국의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100% 세금에서 재원을 충당한다는 차이는 있음.)
그리고 일본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금개혁은 후생연금 적립금의 일부를 국민연금으로 전용하여 국민연금 지급액을 증액하겠다는 방안임. 대신 후생연금의 자격조건을 완화 또는 폐지하고 고소득자의 납부 상한액을 올려서 결손을 충당하겠다라는 방안인데…
당연히 후생연금을 납부하는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펄쩍 뛸 일임. 한국으로 따지면 (100% 일치하는건 아니지만 )국민연금 적립금 떼서 기초노령연금을 주겠다라는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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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본 사회 내에서는 이런 방식의 연금개혁을 하는 이유에 대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가 있음.
바로 ‘잃어버린 세대’, ‘취업빙하기 세대’라 불리는 9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사회에 처음 진출했던 연령층임. 출생년도로 따지면 70년대 초반~80년대 초반생이니 현재 나이대는 50대 초중반~40대 초중반이 되는 세대임.
이들이 처음 사회에 진출하던 90년대 초반, 일본은 거품경제가 붕괴되며 잃어버린 10년에 진입하게 되었고, 당연히 취업상황도 크게 악화되면서 이들 중에는 결국 취업을 포기하거나 비정규직만을 전전하며 나이가 들어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당연히 독립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부모님 집에서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았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 정부가 완전히 대책 없이 방치만 해두고 있지는 않았었는데, 2000년대에는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2~30대를 대상으로 기업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적극 권고’했으나, ‘적극 권고’에 그쳤고 얼마 안되어 세계 금융위기가 닥쳐오는 바람에 흐지부지되었음.
이후 2010년대에 접어들며 취업 상황이 개선되자 2013년에는 장기간 취업하지 못했거나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이들을 위한 취업 지원 서비스를 런칭했고, 2019년에는 구체적으로 ‘2020년부터 3년간 이들 중 30만명을 뒤늦게라도 정규직으로 취업시키겠다’라고 했으나 이 시기에 이미 초기 기민세대가 40대에 진입한 것도 있고, 2019년 시점에서는 이미 초기 기민세대가 50대를 목전에 둔 시기였던지라 이에 응한 기업들이 대부분 숙박업, 요식업 등의 단순노동 위주의 기업 또는 택시나 버스 회사등의 운수업 위주라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가 닥쳐와 이들조차 채용을 동결하는 등의 악재가 터져왔음.

2022년 기준, 일본의 비정규직 종사 대졸 남성의 월 중위소득은 세전 24만 5천엔, 여기서 세금을 떼면 17만엔 수준이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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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년 뒤부터 이 잃어버린 세대가 연금 수급연령에 진입하게 됨.
하지만 잃어버린 세대 중에서도 평생 비정규직으로만 일해왔을 경우, 후생연금은 커녕 국민연금조차 제대로 지불하기 힘들 정도의 임금 수준으로 인해 만 65세가 되어도 받을수 있는 연금 수급액이 월 5~6만엔에 불과하며, 당연하지만 이 돈으로는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은 생활보호대상자(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로 전락하거나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라는 사회학계에서의 경고의 메세지가 있어왔음.
결국 이러한 상황에 놓인 잃어버린 세대를 구제하기 위해 꺼내들은 방안이 후생연금 적립액을 전용하여 국민연금 지급액을 증액한다라는 아이디어인 셈.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당연히 젊은 세대들은 반발할수밖에 없음. 본인들도 취업이 잘된다 뿐이지 부모 세대보다도 실질 임금 자체는 오히려 하락한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내는 후생연금을 떼겠다라는 것이니.